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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리지널] 오류시리즈 Prologue
    작업중/(오리지널)오류시리즈 2017. 10. 14. 05:01



    2017/04/15 - [단편/(두요)오류시리즈] - 두섭/두요 오류시리즈 part1. 범죄자의 오류

    2017/04/15 - [단편/(두요)오류시리즈] - 두섭/두요 오류시리즈 part2. 위선자의 오류




    誤謬 [ 오류 ]  

    ①그릇되어 이치(理致)에 어긋남 

    ②이치(理致)에 틀린 인식(認識)



    오류란 무지와는 구별된다. 

    데카르트는 무지는 어떤 대상에 대하여 판단을 내리고 있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 자체 오류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오류는 대상에 대하여 판단을 내리는 한에서만 성립한다. 

    즉 대상에 관하여 잘못 내려진 판단이 오류이다. 

    - 데카르트 '성찰' 중에서














    <Prologue>




    w. 기라썬











      나는 내 스스로가 현실적인 줄 알았다. 대부분의 여자애들이 그렇듯, 귀엽고 아기자기한 인형이나 장식물에도 그건 결국 아름다운 쓰레기가 될 거라고 평하곤 해서 친구들이 너무 현실적인 거 아니냐고 놀리듯 굴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 어떤 것도 현실적인 것이 없다 생각했다. 나를 마주 하고 앉아 있는 부모님, 그리고 방금 면회실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온 완벽히 꾸민 듯한 ‘그 새끼’의 부모님까지도.



    그 새끼가 속삭이듯이 내뱉던 끔찍한 말들도, 내가 마음속에 내린 결정도, 그리고 그 결과물도. 그 어떤 것도 현실적인 것이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입을 닫았다. 나는 아버지의 입모양을 보았다. 소리가 차단 된 것처럼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내게 질문을 하는 부모님의 목소리 조차도 소리가 멀어졌다가 다시 들렸다가, 고장 난 라디오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 기분이라고 할 것 같으면, 꿈이라도 꾸는 듯 흐릿하고 악몽이라도 꾸는 듯 끔찍하고. 내 뇌에도, 가슴에도 구멍이라도 뚫린 듯 공허했다. 이제는 그냥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 모든 것들이 현실감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냥 생각하는 것을 멈춘 듯. 허공만 보며, 허탈한 감정을 숨겨야 했다. 


    '공포(恐怖)', 그리고 ‘공허(空虛).’


    그렇게 간절히 내게 손 뻗던 그 새끼의 마지막. 그 새끼를 찔렀던 감각, 그리고 노을 진 빈 교실에서의 내가 느낀 박탈감, 두려움. 



    그리고 결국 이제는 ‘그 새끼’를 당연히 기억하는 나. 너무 어이가 없어져서 헛웃음이 나려했다. 피식 웃음이 셌다. 그와 동시에 나는 내 자신에게 더 이상 변명을 할 수 없는, '최악(最惡)'임을 비로소 깨닫고 말았던 것이었다. 



    "왜 그랬니."

    "......."

    "인혁이, 내 아들! 왜 죽였어?"

    "......."

    "왜! 내 아들이었니! 어?"

    "......."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다는 걸, 마주앉은 그 새끼의 부모님은 알까. 차마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우리 부모님은? 아마 모르겠지. 그들은 죽어서도 내게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없을 것이었다. 나는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며 눈동자를 굴려, 그 새끼의 어머니를 보았다. 분노와 슬픔에 이글거리는 눈이, 나를 원망과 증오로 내려다본다. 



    그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날카로운 구두를 또각이며, 내게로 다가온다. 분노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의 어깨가, 그리고 팔, 손, 손바닥이 결국은 짝, 소리를 내며 내 뺨을 치고 지나갔다. 그리고는 감정에 북받쳐 내 앞에서 무너져 내리며 울고 있는 모양을 나는 무력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너는 정말 죽은 걸까?



    너는, 

    정말 죽은 걸까.




    나는 뺨이 얼얼하다는 것 또한 잊은 채로, 생각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너무나 낯설고 이해되지 않는 이 상황은 내게 아무런 답도 주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정말 내가 ‘그 새끼’를 죽인 건가? 너는 정말 나 따위에게 죽었나?

    모두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친구를 죽인 살인자? 아니면, 기억이 왜곡된 정신병자? 어쨌든 간에 내게 좋을 일은 없었다. 그건 나도 알고, 여기 면회실의 간수들도 알고, 내 앞에 울고 있는 부모님들도 알았다.




    최대한의 감형을 바라. 솔직하게 이야기 해, 제발. 눈물로 얼룩진 어머니의 늙은 얼굴을 마주하니 나도 모르게 마른 한숨이 터졌다. 그리고 나의 그런 태도에 부모님의 얼굴에서는 실망의 빛이 어른댔다. 나는 그 눈빛들에게 변명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입술만 감쳐물었을 뿐이었다. 




    이들은 절대로 나를 이해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리고 내 반응에 무너져 내리는 어머니를 아버지가 붙들었다. 아버지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훑는다. 그 강직했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그래도 결국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대답 할 수 없는데. 


    미쳤다. 그게 ‘나’든, ‘상황’이든.


    솔직히 어떻게 이야기 할까. 



    누구한테 솔직하게 이야길 해, 아빠. 엄마한테 할까? 응? 그래?




    "정아야..."



    억누른 목소리로 아버지가 나를 불렀다. 나는 그제야 조금 북받쳐 오르는 감정의 파편을 내리 눌렀다. 



    "끼어들었으니까."

    "뭐?"



    아버지는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나는 그제야 잔뜩 일그러진 표정을 지어보였다. 괴로웠다. 괴로웠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을 하려고 떨리는 입술을 달싹였다.



    "마음대로 끼어든 건 그 녀석이었으니까."

    "무슨..."

    "난..."

    "......."

    "그 새끼 모르니까."



    내가 진실을 말해도 믿어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

    왜냐하면, 모두가 아는 그 '최인혁'을, 

    나는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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