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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리지널] 오류시리즈 01
    작업중/(오리지널)오류시리즈 2017. 10. 14. 05:03



    2017/10/14 - [작업중/(오리지널)오류시리즈] - [오리지널] 오류시리즈 Prologue






    오류시리즈


    part1. A mistake of an offender(범죄자의 오류)







    w.기라썬














      네가 싫었다. 정말 죽이고 싶었다. 네가 미웠다.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네가 싫었다. 네가 미웠다. 네가, 끔찍하게도 싫었다. 

    네가, 네가, 네가.



    .

    .

    .









     아무 것도 장담 할 수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은, 확답을 내릴 수 있는 공식이 아닌 것이다. 쉽게 무언가를 이뤄내고, 쉽게 무언가을 얻고, 쉽게 어떤 것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모조리 부당한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와 연애를 하고 누군가와 미래를 꿈꾼다고 해서, 그 원대로 모든 게 이뤄지는 가, 알 수 없다. 모든 것은 현재에 장담 할 수 없다. 어떤 것도 변수가 있기 마련이고, 예외가 있다. 이 또한 장담 할 수 없음은, 내가 지독히도 끔찍하게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정말로 내가 원하지 않았음에도 ‘그 일’이 내게 일어난 것에 대한 답은 아직까지도 얻지 못했다. 정말로, 뜨겁고, 뜨거웠고, 또 끔찍하게 끈적이던 날씨, 너. 아직도 가끔은 착각이 일었다. 네가 어디선가 보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곤 했다. 

    협탁 위에 자리하고 있는 액자는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줄곧 거기에 있었다는 듯, 항상 존재감을 뽐내곤 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는 그게 내가 의식하고 있어서임을 안다. 시간은 흘러 몇 번의 여름을 다시 맞았다. 뜨겁고, 타오르는 태양의 빛, 세상을 삼킬 듯이 울어대는 매미소리, 녹음(綠陰), 너는 어디 쯤 있는 걸까. 아직, 너는.......










    -











     토요일이었다. 늦게 침대에서 일어났고, 날은 더웠다. 끔찍하리만큼 푹푹 찌는 날씨. 어제 컴퓨터를 하다가 본 일기예보가 머릿속을 스쳤다. 한동안 폭염이 계속 될 전망이라고, 나는  짜증스럽게 차라리 일기예보가 거짓말을 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선풍기가 탈탈거리며 돌아가는 모양을 보았다. 그리고 정말 끔찍하기 짝이 없는 날씨라고 거듭 생각했다.

    비적비적 침대에서 벗어나, 대충 머리를 올려 묶고는, 방문 손잡이를 잡았다가 하품을 했다. 그러다가 눈에 보이는 벽시계에 시간이 벌써 오후 3시라는 것을 확인했다. 어제 새벽 1시에 잠든 것을 기억해 낸 나는, 괜스레 민망했다. 오래도 잤네. 






    방문을 끼익 열었다. TV소리가 나는 걸 보니 언니가 거실에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평소랑 다름없었다. 그런데 평소라면 신경 쓰지 않았을 거실 소파에 시선이 갔다. 그리고 거기에 앉아 있는 누군가. 당연히 언니 일 거라는 생각을 가볍게 비웃기라도 하듯, 언니는 주방에서 나왔다. 저건 누구지, 나는 언니를 멍청하게 볼 뿐이었다.







    “인혁이 왔어.”


    뭐? 누구? 내 대답에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언니가 말을 이었다. 


    “뭐래, 잠 덜 깼니? 인혁이 왔다고.” 

    “뭐?”






    나는 눈썹을 찡그렸다. 인혁? 그리고 곧, 소파에 앉아 있던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아주 익숙하다는 듯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고, 언니와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황당한 기분이 되어서 미간을 잔뜩 찡그린 채 언니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언니 친구야?”


    그러자 언니가 엉뚱한 소릴 들었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고는 내 등을 밀었다. 도대체 뭐라는 거야 유정아, 너네 싸웠냐? 너 그러고 있지 말고 빨리 씻어. 아무리 소꿉친구라지만 쟤도 남자다? 언니의 등쌀에 욕실로 들어간 나는, 정말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엉뚱한 소리는 언니가 하고 있지 않은가? 소꿉친구? 인혁? 진짜 무슨 소리야. 

    씻기 위해 세면대의 물을 틀려는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서 거울을 봤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정말 뭔가 이상한 기분이었다. 형용 할 수 없이 소용돌이치는 무언가. 평범한 날이 아닌 것 같았다. 정말로 평소와는 다른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 












    -






    씻고나온 내게 그 남자가 말을 걸었다.


    “정아야, 아직 화났어?”


    나는 정말 이상한 말을 들었다는 듯이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어제 내가 말도 안하고 먼저 집에 가서 미안해.”


    뭔가 이상했다.


    나는 젖은 머리에서 물기가 떨어져 입고 있던 옷이 젖어가는 것을 느끼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정아야.”


    정말 미안해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나는 어제 친구들과 같이 하교했음을 떠올렸다. 그리고 아주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아까 처음부터 들었던 의문이었다.






    “너 누구야?”







     내 반응에 그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리고 아주 잠깐 눈썹을 씰룩이며 생각하는 듯하더니, 정말 다정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내 머리에 자기 손을 올리는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행동에 경악하며 그의 손을 쳐냈다. 그리고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정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정아야, 왜 그래?”


    나는 소름이 돋아서 몸을 떨었다. 정말 이해가 되질 않았다. 





    “너 누구냐고!”


    내 말에 그가 정말 황당하다는 듯이 덧 붙였다.






    “유정아, 왜 그래? 나 인혁이잖아. 최인혁.”


    나는 순간 황당함을 넘어 선 기분을 느꼈다.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경악에 물들어 가는 내 자신이 느껴졌다. 나는 입을 한 손으로 가렸다.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나는 ‘최인혁’을 몰랐다.

    오늘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정말 맹세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











    “정아야, 괜찮아? 표정이 안 좋아.”


    응? 아냐, 괜찮아. 대답하는 내 목소리가 떨리는 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게, 그 최인혁이라는 얘는 나랑 같은 반이었다. 나는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는 교실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정말 머릿속이 엉망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처음 봤다. 정말이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이름도 처음 들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최인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정말, 나는 ‘그’를 어제 처음 봤다. 





    “인혁이라도 불러줄까? 아까 엄청 걱정하던데.”

    “뭐?”


    나는 흠칫 몸을 떨며 말했다.


     “어? 너네 친하니까, 혹시 싸웠어?”


    나는 다시 경악어린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야, 너 최인혁 아니? 내 말에 친구가 진짜 헛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진짜 어디 아프냐고 되물었다. 그리고 친구가 덧붙이는 말에 나는 새된 비명을 가까스로 삼켜야 했다.








    “너랑 소꿉친구잖아, 인혁이.”











    -












     끔찍한 기분을 안다.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데, 주위의 모든 것은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이 거짓이라며, 기계적인 눈을 또르르 굴리며 혀를 놀렸다. 소름이 끼쳐서 고개만 저었더니, 손가락질 했다. 왜 그러냐고, 도대체 무엇에 홀리었느냐고,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냐고.


    목 주위가 싸해져서, 떨리는 손을 목으로 가져다 댔다. 손을 통해 전해지는 내 맥박은, 두려움으로 가득 뛰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떨리고 있는 손이, 파르르 떨리는 입술이, 저 깊은 곳부터 떨고 있는 내 자신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었다. 감정이 폭발한다. 숨조차 쉽게 내 뱉어지지 않는다. 이 상황이 저주스럽다. 최악의 상황? 끔찍한 기분? 그게 이런 것인가? 가슴이 터질 듯이 뛰어대는 이 심장이, 공포에 떠는 고동이라고? 피부 세포 하나하나가 움츠러드는 이게, 바로 공포라고?

     


     


    그 공포의 근원지와 눈이 마주친다. 눈을 피할 수가 없다. 너무 무서워서 시선을 옮겨버리고 싶은데 눈동자를 굴리는 순간, 나조차도 저 마수(魔手)에 빠져들 것만 같아서 눈을 피할 수 없다. 일그러지는 내 얼굴과, 찢어질 듯 웃고 있는 그 얼굴이 확연하게 대비되고, 이 상황이, 그 얼굴이, 내가, 너무나 괴기했다. 


    무섭다. 무섭다. 너무 무섭다. 


    그 눈이, 나를 해부하듯 천천히 쓸어내린다. 싸한 기분이 등을 덮친다. 울음이 터질 것 같다. 참을 새도 없이, 눈물이 고인다. 한 순간에 떨어진다. 볼을 타고, 턱 가로, 그리고 허공으로, 바닥으로. 그리고 그가 일어선다. 반사적으로 뒷걸음 질 치고, 결국은 뒤로 넘어져서 기었다. 내게로 천천히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눈물 때문에 앞이 보이질 않는다. 비명이 목구멍을 넘어오질 못하고 다시 삼켜진다. 끅끅거리는 소리만 울릴 뿐이었다. 골이 깨질 것만 같다. 




    거짓말. 거짓말이다. 이건 악몽이다. 지독하고, 질 나쁜 꿈. 



    깨어나자, 깨어나야만 한다. 제발...








    헉, 지독한 꿈이었다. 악몽이었다. 갑자기 밀려오는 안도감에 한숨을 훅 내쉬었다.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된 것 같다. 내가 진짜로 미쳐버린 건 아닐까.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침대에서 발을 내렸다. 자연스레 침대 옆 협탁으로 시선이 갔고, 정말 자연스럽게 놓여있는 액자를 확인했고, 창가로 빛이 새 들어와 액자유리에 반사되어서 잠깐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다인 줄로만 알았다. 저 액자는 저 자리에 놓여 있은 지가 2년도 넘었기 때문에 유심히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거칠게 액자를 잡아챘다. 그리고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건...



    분명히 내 독사진인데...





    누군가가 같이 찍혀있다. 










    방금 전까지 내 꿈에 나왔던, 아주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최인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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