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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리지널] 오류시리즈 03
    작업중/(오리지널)오류시리즈 2017. 10. 14. 05:07


    2017/10/14 - [작업중/(오리지널)오류시리즈] - [오리지널] 오류시리즈 02





    오류시리즈


    part1. A mistake of an offender(범죄자의 오류)







    w.기라썬





    03





       숨이 막힐 만큼 무더운 날씨였다. 에어컨만 빵빵하게 가동하고 있으니, 교실 안 공기는 너무나 탁했는데, 그걸 보다 못한, 한 선생님이 창문을 억지로 열라고 시켰다. 애들이 투덜거리면서 창문을 열었고, 더운 공기는 순식간에 몰려들어왔다. 애들이 비명 아닌 비명을 질렀다. 탁한 공기만 마시면 될 공부도 안 되는 거야. 선생님이 말했다. 그리고 거기에 와글와글 떠드는 아이들 사이로, 나는 갑자기 내가 숨 쉬는 것을 의식하게 되었다. 더운 공기가 훅, 몸 안으로 들어왔다가 나간다. 떨리는 숨이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앞으로 계속 향한 채로, 눈동자만을 굴려 옆자리를 보았다. 

    그는 턱을 괴고 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눈이 휘도록 빙긋 웃어주는 것이다. 나는 다시 앞을 보았다. 다시 눈에 눈물이 괴는 것이 느껴졌다. 습하고 더운 공기, 조용히 하라며 책상을 내리치는 선생님의 목소리, 점점 잦아드는 소음, 나는 울 수 없음을 알고 얼른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나는 수업 내내, 내 옆을 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정말 끔찍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끝을 모르는 하루가 또 지나가고 있었다.





     매일을 악몽에 시달린다. 그 악몽에서는 누군가 나를 손에 쥐고 있기라도 한 듯, 빠져나갈 수가 없어서 절망에 절망을 더하고, 눈물이 계속 났다. 도망치려고 하면, 꿈속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내편은 없었다. 그 어떤 확실한 증거보다 더 뚜렷한 증거로, 내 가족, 친구...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은 그 녀석을 알고 있었다. 나는 모르는데. 정말 모르는데. 정말, 정말. 

    요즘은 내가 미친 것만 같았다. 내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주변에서 들리는 말들 중에는 그 최인혁이라는 녀석의 이름이 빠지는 날이 없다. 내가 그 녀석과 어릴 때부터 친한 사이라고, 소꿉친구라고! 끔찍한 소리다. 나는 소꿉친구가 없다. 어릴 때는 아버지의 고미술 경매 일 때문에 전국 각지의 경매장이 있는 곳으로 자주 이사를 다녔다. 그렇기에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온 ‘소꿉친구’ 라는 게 없어야 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 침대 옆 협탁에 있는 사진도 분명히 나 혼자 찍었었는데. 왜, 그 녀석이 같이 있는지. 혹시나 해서 찾아 본 초등학교, 중학교 졸업사진에도 버젓이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녀석의 얼굴. 나는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아니, 정말 내가 미친 것은 아닐까. 마음속으로 설마, 설마 하며 미뤄두었던 하나의 가능성이 잠겨있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빗장이 열려 뛰쳐나오는 가축과 같은 성가신 가능성.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내 머리. 



    ‘내가 미쳤다.’



    나는 ‘최인혁’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정말 그렇다면,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정말 내가 그를 잊어버린 것이라면? 그러면 어떡하지?








    **








    “정아야, 정신 좀 차려봐.”

    내 앞에서 손을 휘휘 저으면서 친구가 말했다. 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친구를 올려다보았다. 


    “정아야, 정말 괜찮아? 얼굴이 창백해.”

    “나 괜찮은데. 괜찮아.”

    “그래도 양호실에 가자. 너 정말 안색이 안 좋아.”



    친구가 말했다. 나는 그 만류에 못 이겨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렸다. 그리고 등 뒤에서, 누군가가 내 어깨를 감싸 쥐고 붙드는 게 느껴졌다. 



    “내가 데리고 갈게.”


    그는 친구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나를 이끌었다. 나는 멍하게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고 있었다. 정확히는 온 몸에 힘이 없어서 뿌리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거부하고 싶었다.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그를 내치고 싶었다. 




    “너 정말 살도 많이 빠지고 아파 보여. 진짜 어디 아픈 거야?”

    “놔.”

    “뭐?”



    내 말에 반문하는 그에게 나는 다시 한 번 말했다.




    “이거 놔.”




    나는 그에게 잡힌 손목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러자 그의 표정이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어두워지는 것이 보인다. 나는 그가 내게 이때까지 해주었던 다정한 행동들을 머릿속으로 차분히 되짚었다. 그 묘한 표정들을 떠올렸다. 당황하는 얼굴, 다정히 보는 네 눈, 상냥하게 미소 짓는 입. 머릿속이 요란하게 빙글빙글 돌아간다. 어지러워서 머리를 붙잡았더니, 이번에는 날 붙잡은 손을 놓고 내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대려기에, 나는 남은 힘을 짜내 힘껏 녀석의 손을 뿌리 쳤다. 그리고 내가 녀석을 뿌리 칠 때에 나도 모르게, 내 팔이 내게 가까이 서있던 최인혁의 뺨을 때리 듯 스쳤다. 짝 하는 소리가 났다. 나는 내 손을 얼른 내게로 끌어왔다.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나보다 키가 큰 그를 올려다보았다. 내게 맞은 뺨을 그대로, 얼굴이 돌아간 채로 가만히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를 만난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이 그 얼굴에 떠오른다.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 무표정한 얼굴. 무(無). 무서울 정도로 정지(停止)해 있는 얼굴. 나는 본능적인 위기감이 들었다. 교실에서 꽤 멀리 내려온 이 곳은 양호실 근처였기에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나는 뒷걸음질 쳤다. 조금씩, 조금씩. 





    “정아야.”

    그 무표정한 얼굴로 저렇게 다정하게 부를 수 있다는 게 너무 소름끼쳤다. 


    “별로 안 아파. 괜찮아.”

    내가 자길 염려한다는 듯이 말하는 최인혁의 얼굴은 정말 무표정했다.








    **









     나는 남은 수업 내내, 그리고 쉬는 시간과 석식 시간 내내. 최인혁의 태도에 대해서 생각했다. 이상하다. 소름끼친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인형? 아니 로봇?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 전혀 사람 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인형도 그것 보다는 생동감이 있을 거야. 나는 계속 빙글빙글 도는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정리가 되지 않아서 계속 인상을 쓰고 있었다. 아까 전부터 계속 내 속을 긁어대는 생각이 도대체가 하나로 집약되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게 뭘까, 뭘까. 






     하교하는 중에도 그랬다. 머릿속을 깨끗하게 비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머리가 복잡했다. 하지만 내 옆에는 당연하게도 그 최인혁이 있었다. 나는 고개를 다시 돌렸다. 내 움직임을 눈치 챈 그가, 왜? 하고 물어왔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침묵이 이어졌다. 

    해가 저물어가고, 달궈진 땅바닥은 성질을 냈다. 습한 공기는 내 팔과 다리를 칭칭 휘감아왔다. 바람이라고 불어오는 것이, 마치 밧줄에 몸이 묶이는 느낌이었다. 나는 불쾌해져서 땀이 맺히는 얼굴을 손등으로 슬쩍 쓸었다. 해는 아직 다 넘어가지 못했다. 대지가 그 태양을 다 집어 삼키질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대지는 태양이 목구멍에라도 걸렸는지, 오늘은 유난히 오래 노을이 지는 것 같았다. 마치 영원히 이 순간이 계속 될 것만 같이.






    “정아야.”




    나는 긴장했다. 그가 내 이름을 입에 담을 때 마다 그랬다. 나는 걸음을 뚝 멈추고 말았다. 인식 못하고 있던 매미소리가 귀 따갑게 들려온다. 코로 들이키는 더운 공기, 순간 숨이 턱 막힌다. 나는 조심스레 그를 보았다.





    “나, 정말 몰라?”

    “.......”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의 얼굴이 빙긋 웃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머리가 빙글빙글 돈다. 빙글빙글.




    “정말 모르냐니까?”


    나는 또 대답을 하지 않았다.





    “너는.......”


    나는 다시 바짝 긴장했다. 무슨 말을 하려고.







    “아직도 네가 생각하는 게 맞는 거 같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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