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오리지널] 오류시리즈 04
    작업중/(오리지널)오류시리즈 2017. 10. 14. 05:08


    2017/10/14 - [작업중/(오리지널)오류시리즈] - [오리지널] 오류시리즈 03







    오류시리즈


    part1. A mistake of an offender(범죄자의 오류)







    w.기라썬









    04







    “너는.......”

    “아직도 네가 생각하는 게 맞는 거 같니?”











    매미가 처절하게 울어댄다. 나를 집어삼킬 듯, 이 공간을 집어 삼킬 듯, 그래야만 한다는 듯, 그렇게 필사적으로 나를 옭아맨다. 내가 내뱉은 더운 숨마저 덮어버릴 정도로 습하고 더운 날씨가, 날을 잔뜩 세우고 내 온몸을 긁어내린다. 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다. 더운 기운이 온몸을 휘감아 놓고 있음에도, 나는 덜덜 떨었다. 추웠다. 이가 딱딱 부딪힐 만큼, 내 안이 차갑게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공포(恐怖)였다. 



    “이제는 네가 틀렸다고 생각할 때도 됐는데, 정아야.”

    누가 들어도 상냥한 투였다.



    “응?”

    재촉하듯 그가 말했다.




    잠시라도 내가 미쳤다고 생각한 내가, 정말로 끔찍하게 느껴졌다. 그래, 내가 틀릴 리가 없다. 그럴 리가 없었던 것이다. 정확히 기억한다. 나는 분명히 ‘최인혁’을 모른다.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게 정답이었던 거였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래.”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양손을 주먹을 그러쥐는 것으로 멈추려고 노력했다. 화가 치밀었다. 저 낯짝을 찢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감정이 밀려올라오려는 것을 억지로 삼켰다. 그러자 또, 눈물이 났다. 분했다. 정말 분했다. 




    “글쎄.”



    최인혁은 태연한 듯이 대답했다. 나는 결국 그 자리에 주저 앉아버리고 말았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냥 정말 주저앉아 울었다. 귓가를 어지럽히는 매미소리와 더불어, 계속 될 것만 같은 노을이 어둠으로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내 영혼이라도 그에 빼앗기는 듯이 멍하게, 그 모양을 흐르는 눈물과 함께 보고 있을 뿐이었다.









    **









     나는 무엇인가가 잘 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 이해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 버린 것이다. 내가 틀린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 확실해진 지금, 그 ‘최인혁’이 모든 것을 바꾸어버렸다고 밖에 생각 할 수 없었다. 아니, 그럴 것이었다. 그가 나타나고 나서부터 모든 것이 이상하게 변해버렸으니까, 반드시 그럴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야 그가 이를 드러냈다. 날카롭고, 예리한 발톱과 이를 상냥함과 다정함으로 감추어 왔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나는 최인혁의 본성을, 그 사나운 면을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증오스럽고, 가증스러운 그 면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나는 알 수 없는 불안감과 마주하게 되었다. 최인혁의 바뀐 태도 때문이었다.







    나는 그가 당연하다는 듯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다음 날 학교에서 반 애들 사이로 태연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이가 갈렸다. 그리고 얼른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하지만 정말 끔찍하게도 눈치가 빠른 녀석이 어느 샌가 내 곁에 와 있는 것이다. "언제 왔어, 밖에 덥지?" 하지만 방금 한 말투와는 전혀 다른 투로, 내게 바짝 가까이 서서, 내게만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것이다.




    “정아야, 아직도 나 몰라?”



    나는 몸이 경직 된 채로 나보다 키가 큰 그를 천천히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최인혁이 정말 소름 돋게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토기가 치밀었다. 얼른 입을 막고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교실을 나와 화장실를 잇는 복도를 내달리면서 흔들리건 몸 뿐만이 아니라 내 뇌도 같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 짧은 길을 뛰어넘듯 미친 사람처럼 달려 화장실 안으로, 아무 칸이나 문을 거칠게 잡아 열고 들어가 모든 것을 게워낼 듯이 토악질을 하고 있을 때야 비로소, 꿀렁 꿀렁 끔찍한 공포 덩어리들이 올라온다. 내 목구멍을, 끔찍하게 기어서, 기어이 세상으로 나오고야 말았다. 차라리 나도 그 녀석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서웠다. 혼자 진실을 알고 있다는 게 너무 괴로웠다. 아무도 내 말에 공감 해주지 않을 거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내 사랑하는 가족, 친구, 모든 사람들이 내 말을 믿어 주지 않을 것이다. 최인혁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나는 모른다. 하지만 나를 뺀 모든 사람들은 그를 안다. 나는 절망했다. 아무도 나를 믿어 줄 수 없다. 나 또한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아무도.......













    나는 화장실에서 그 공포 덩어리들을 눈물과 함께 게워 내었다. 정말 내 눈물만이 이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오직, 바로 내 감정만이. 










    **












     무슨 정신으로 화장실을 나왔는지, 비틀거리며 복도의 벽을 짚었을 때, 등 뒤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정아.”



    나는 순간 정신이 또렷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 그래! 모든 일의 원흉은 저 자식이다. 최인혁이, ‘나’를 송두리째 가져가려고 하는 것이다.




    “무슨 생각해?”



    그 검은 눈동자가 사납게 빛났다. 마치 플라스틱으로 된 인형 눈처럼. 사람이 아닌 것처럼. 





    “혹시 날 죽일 생각이라도 해?”



    그가 이 말을 하며 빙그레 웃었다.







    “윤정아, 정아야. 봐, 이 좆같은 상황을 누가 그랬을 것 같아?”



    나는 정말 얼어붙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시멘트 바닥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그랬어.”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네가 그렇게나 싫어하는 내가 말이야.”







    그는 소리 내서 작게 웃었다. 그 낮은 웃음소리가 소름끼친다. 















Designed by Tistory.